비가 왔다. 조금씩, 조금씩. 와인 한 모금이었다. 한 모금에 그는 거나하게 취해버렸다. 얼굴빛이 벌게져 기분 좋은 듯 한참동안 웃었다. 그만 마셔요. 소주도 아니고 그렇게 취해버리면 어떡해요. 나의 말에 그는 멋쩍은 듯 코를 비볐다. 형이, 술이 조금 약해. 뭐, 이건 약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알쓴데. 알쓰가 뭐야? 그의 말에 나는 모른 척 와인 잔을 손...
-BTS 구원이란 무엇인가. 침대에서 일어나 차가운 물 한잔을 목 뒤로 넘기며 나는 자신 앞에서 바짝 엎드려 빌던 태형을 생각한다. 태형은 애처롭게 바라보며 나에게 애원했다. 제발 우리 아버지 좀 죽여주세요. 네가 직접 죽이라는 말에 태형은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못하겠다는 뜻이었다. 지랄. 나는 태형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너가 직접 하라고, 이 개새끼야...
청량했다. 청량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너를 보며 나는 사랑에 빠졌다. 우정이란 이름으로 오늘도 나는 우리를 속인다.
-BTS 서윤의 인생사에서는, 두 번의 순간이 있었다. 서윤의 인생에서 처음의 순간은, 서윤이 처음으로 세상의 빛을 보았을 때 두 다리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그 찰나의 순간이었다. 어린 서윤은 어미의 육신을 찢으며 우렁찬 울음을 내질렀다. 어미는 그런 서윤을 보며 따라 울었다. 눈도 다 못 뜬 채로 새 빨갛게 부어오른 서윤의 말간 얼굴위에도, 단칸방의 새...
정한은 삐져나온 범죄자 서류들을 정리했다. 범죄의 도시, 어둠의 도시 등 이곳을 묘사하는 어구들은 많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이 죽어나가고 가게들은 무언가를 뺏겼다. 부서진 창문들에 유리 조각이 바람에 날렸다. 밤마다 홍등에 불이 켜졌다. 환락과 유흥만을 찾아 사람들은 불안함, 두려움이 가득 찬 가슴을 애써 감췄다. 눈깔들이 노란 것 좀 봐. 제각각 다...
-BTS 아주 큰 고래를 본 적 있다. 수학여행이었다. 한껏 들뜨고 설레는 마음들이 모여 큰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 냈다. 서울가면 어디 갈래? 어차피 일정대로 움직일 테지만 촌뜨기처럼 보이지 않으려는 것이 태가나는 대화였다. 나는 아무 대답하지 않고 그저 비행기 밖만 쳐다보았다. 글쎄. 서울이라. 어릴때부터 티비로만 보던 곳이었다. 태형은 몇 번 가봤다고 ...
"선을 그어 주던가." "어?" "아님 잡힐 손을 주던가."
-BTS 그런 날이 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보기 좋게 늦게 일어났거나, 화장을 고치려고 이것저것 들고 가다 파우더 팩트를 놓쳐서 안에 있던 내용물들이 보기 좋게 깨졌다거나, 그것도 이번에 새로 산 신상 파우더였다거나, 성이나 양치질을 세게 했는데 입에서 피가 났다거나, 다른 색은 다 있는데, 검은 색 볼펜만 없다거나, 편의점에서 급하게 산 스타킹이 쭉,...
-BTS 계속 타자기만 두드렸다. 일주일하고도, 1시간 째였다. 그애는 연락 한 통이 없었다. 많이 화났나?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입에서 피 맛이 났다. 다리도 덜덜 떨었다. 핸드폰을 또 열어보고 또 열어본다. 애꿏은 배경화면만 또 손가락으로 밀어 열어보고 또 위 아래로 훑는다. 왔는데 내가 못 본걸수도 있잖아.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 알고있다. 무의미한...
비가 내린다. 귓가를 울리는 날카로운 칼소리에 서윤은 몸을 웅크린다. 배에 새겨진 작은 칼에 베인 상처를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으며 어린 서윤은 오늘도 하늘의 별을 센다. 하나, 둘, 셋… 요즘은 별도 얼마 없다. 도시의 불빛들이 서윤의 눈을 괴롭힌다. 이 조그마한 상처는, 서윤의 어머니의 큰 희생이 있었다. 제 몸집보다 큰 남자는 자신의 발로 서윤을 밟는다...
알아. 그녀는 입을 우물거렸다. 나는 이미 식은 커피를 쭉 하고 단숨에 들이켰다. 눅눅하고 텁텁한 향만이 입속을 가득 채웠다. 물을 넣고 입 가글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가에는 물기가 묻어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자신의 팔을 쓰다듬었다. 햇살에 비춰 그녀의 피부가 투명했다. 솜털에서 핏줄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퍼런 핏줄이 얇은 피부 ...
-BTS 나는, 들개다. 들개처럼 태어나 들개처럼 자랐다. 몸이 다쳐도 그냥 그대로 나뒀다. 살갗을 찢는 아픔이 들었지만 누구하나 치료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괜찮냐고도, 물어오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둘 뿐이었다. 밤낮으로 총칼을 손에 쥐고는 사람의 숨을 끊었다. 몇 살 부터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나도 모른다. 사람 죽이는 것을 자연스레 배웠다. 내 손 끝...
별 같이 높고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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